세미나 운영에 관하여

 

들어가며

연구를 하는데 있어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인 세미나는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목적이나 구성은 다양할 수 있겠습니다만, 논문을 같이 읽고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이끌어나가기 위하여 우리는 어떻게 운영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세미나를 운영해본 경험에 의하면, 생각보다는 생각을 공유하기 어려울 수 있고, 한 사람만 이야기하고 끝나는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세미나 운영방식을 모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수행해보기에는 인원이라던가… 시간이라던가… 어려움이 있었으니 직접 필요한만큼 바꾸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Role-Playing Paper-Reading Seminars

Source: Alec Jacobson and Colin Raffel, Role-Playing Paper-Reading Seminars

약간 독특한 세미나 진행 방식으로 역할극을 통한 세미나 진행 방식이 있습니다. 이 세미나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을 위하여 설계되었으며, 특정 분야에 대한 논문들이 읽는 대상이 되는 수업입니다.

컴퓨터공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저널보다는 컨퍼런스 중심으로 논문이 발표됩니다.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고 이를 정리하는 Survey나 Tutorial이 준비되기 이전에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미 출판이 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드는 다른 생각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짧은시간만 유효한 가십과 같은 글을 쓰고 있나? 나중에 이 논문을 되돌아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역할극을 통하여 다양한 시선으로 논문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이러한 역할극 중심의 세미나의 핵심이 됩니다. 여기서는 아래와 같은 역할이 제시됩니다.

  1. Scientific Peer Reviewer (과학적 동료평가자): 논문을 출판하는데 있어, 동료평가는 컨퍼런스과정에서 필수입니다. 아직 이 논문이 ‘출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이 논문을 바라봅니다. 자신이 실제로 최우수 학회의 동료평가자가 되어 이것이 정말 출판되기에 좋은지, 아닌지 직접 결정 (accept 혹은 reject) 하고 이러한 사유를 작성하는 연습을 합니다.
  2. Archaeologist (고고학자): 이 논문은 어떠한 논문으로 부터 영향을 받았고,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머신러닝을 연구하면서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듯한 느낌은 많이 들었습니다. 흔히 최근 5개년 논문을 찾아 읽으라고 하지요. 그래서 시간선을 먼 훗날에서 바라보는 고고학자라고 생각하고 이 논문(유물)이 연구의 흐름에서 어떠한 역할을 지니는지 생각하는 역할입니다. 이 논문 내에서 인용된 오래된 논문과 이 논문을 인용한 새로운 논문을 찾아서 이러한 흐름을 보고합니다.
  3. Academic Researcher (학술 연구자): 논문을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원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자신이 진행하거나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해서 제안을 해보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비를 얻기 위해서는 연구과제를 수행해야하는데, 이러한 과제를 논문을 기반으로 제안해보는 경험을 해보게 됩니다.
  4. Industry Practitioner (업계 실무자): 이 논문을 “회사”에서 “상업적”으로 이용을 해보는 입장이 되어봅니다. 이 논문을 기반으로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 프로그램이 미치는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합니다.
  5. Hacker (해커): 논문 데모가 필요한 연구자입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논문의 코드는 공개가 되지 않았거나, 되더라도 잘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밑바닥 부터 (백본까지는 허용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동작하는 단순한 버전의 구현을 만들어야 합니다.
  6. Private Investigator (탐정): 이 논문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 논문의 저자는 어디서 일했고, 이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지금의 논문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연구자 개인의 흐름을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보는 역할입니다.
  7. Social Impact Assesor (사회적영향 평가): 논문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의 감시환경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요..?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Source가 되는 글에서는 이런 7가지 역할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수업 (Theoretical and Empirical Foundations of Modern Machine Learning)에서는 약간 변형해서 동료평가자를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누고, 고고학자, 학술 연구자의 경우 “지금 프로젝트에서 이 논문을 기반으로 build on을 빠르게 하는 입장”으로, ‘과거에서 온 여행자’라는 독특한 역할은 “2000년대 초반에서 온 사람에게 이 논문을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생각할거 같은 좋은점과 나쁜점, 아마도 놀라워할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진행을 하면 좋겠지만, 약간의 ‘의무’를 모두에게 부여하기는 개인이 모인 동아리 차원에서는 약간 어려웠습니다. 역으로 약간 형식적인 학과 단위에서도 어려웠고요. 아마도 이 예시가 수업을 통해 진행이 되니, 수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변형하여 차용해도 좋을 듯 합니다.